2020. 12. 3. 09:14ㆍ여행/해외
쉬가 마려운지 벌써 한참이 지났었다.
식당을 발견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들어갔다.
만세!
일단 들어가서 자리 잡자마자 아내와 번갈아서 장실로 튀어갔다.
하... 진짜 10분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
시간이 시간인지라 일단 메뉴판을 대강 보고 주문을 한다.
사실 우리 부부는 어딜 가더라도 미리 후기를 좀 찾아보고, 안 좋다 싶으면 아예 안 가는 편이라, 무작정 알아보지도 않고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처음이었다.
반숙이 올라간 감자 요리와 양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술을 못 마시는 나는 콜라... 에 아내는 와인 한잔을 주문했다.
유럽을 여러 번 가보면서 느끼는 건, 얘들은 정말 짜게 먹는다.
신행으로 갔던 크로아티아도 그렇고,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스, 체코,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등등
신행 가기 전까지는 해외는커녕 비행기는 제주도밖에 못 가봤었는데 돌이켜보니 뻔질나게 다녔다..
아무튼, 풍경 자체가 워낙 좋다 보니 뻥튀기를 씹어도 꿀맛일 것 같기는 하다.
감자는 좀 짜긴 했는데, 양고기는 담백하니 맛있게 썰어 먹었다.
아니, 그랬던 것 같다.
여행 갔다 온 게 2년이 거의 되었는데 기억이 나는 것도 이상하다.
아무튼 맛집은 맞았던 것 같아.
사실 저런 풍경을 보고 먹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어딜 가나 돌아다니는 댕댕이를 뒤로하고 조금 더 걸어 내려간다.
묵직했던 아까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아까보단 고도가 낮아서 그런 건지, 동물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제의 그 검은 양.
일단 뿔이 있어서 상당히 위협적이다.
그리고 희번덕한 저 눈을 하고 얼굴은 그대로 멈춰있는데 입은 마치 껌을 씹는 것처럼 질겅질겅.
간간히 푸드덕거리는데 당장이라도 들이받을 것 같아서 상당히 무서웠다...
호텔에서 파는 기념품은 귀욤귀욤 했는데 말이지.
(사진으로 표현이 안되니 참으로 아쉽다...)
호들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진짜 무서웠다.
저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무튼, 양 목에 걸려있는 방울 소리는 참 듣기가 좋았다.
소에 걸린 건 크기가 엄청나던데, 더 울림 있는 땡땡 거림이 있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비슷한 걸 사려고 했는데, 그런 소리가 안 났단 말이지.
그렇게 풍경들을 보면서 1시간 정도를 더 걸어 내려가서 드디어 마을 발견!
정확하게 측정은 안 했지만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코스가 참 애매한 게, 시작부터 거의 80% 구간까지는 완만하다가 마지막 20%에서 급경사가 이어진다. (물론 계단 포함)
아무래도 산 자체의 길은 완만하지만, 마을에 다다라서는 인위적으로 길을 낸 부분들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씻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간식과 차를 마신 이후에, 저녁은 컵라면(?)으로 마무리.
스위스 물가가 비싼 것도 있지만 이쯤에서 라면 한 그릇 정도 때리고 싶었다.
근처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 이 나라는 참 즉석 가공식품이 거의 없다.
있어도 저런 주먹밥이나 샌드위치인데, 진짜 진짜 진짜 아오 진짜 맛이 없다.
저 주먹밥은 한입 먹고 다 버렸다.
등산을 안 좋아하는데, 여행지에서 이런 색다른 경험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한국에 가면 등산은 안 할 거라고 혼자 구시렁대었지만.
'여행 > 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년 묵은 유럽 여행기] ① 프롤로그 (0) | 2020.12.03 |
---|---|
마테호른, 체르마트 ⑤ (0) | 2020.12.03 |
마테호른, 체르마트 ③ (0) | 2020.12.03 |
마테호른, 체르마트 ② (0) | 2020.12.02 |
마테호른, 체르마트 ① (0) | 2020.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