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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묵은 유럽 여행기] ⑤ 클림트, 오직 클림트

2020. 12. 3. 13:19여행/해외

클림트 때문에 비엔나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오스트리아 하면 클림트가 가장 유명하다.

물론 모차르트도 있지만,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않은 관계로... (물론 모차르트 박물관에 방문하긴 했다. 이건 차차 다음 포스팅으로 준비)

 

클림트의 작품들은 다른 작품들과 함께 비엔나 벨베데레 상궁에서 상설 전시를 하고 있다.

가끔 다른 나라로 임대를 가기도 하니, 이게 주된 방문 목적이라면 반드시 먼저 알아보고 가야 한다.

 

 

날씨가 계속 묘하게 흐리다.

 

벨베데레는 상궁과 하궁으로 나뉘어있는데, 하궁에서는 기간별로 전시 작품이 계속 바뀌는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 찰칵.

둘러보기 전에 조금 출출해서, 앞에서 열리는 소소한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서 소시지와 빵을 사 먹었다.

 

 

으음~ 역시나 짜다.

 

벨베데레에서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다만 모든 작품을 다 지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유명한 작품들은 지원한다)

 

 

기기 상태가 썩 좋진 못하다. 별도의 이어폰은 없고 휴대폰처럼 번호를 누르고 귀에 대면 된다.

 

뭐 얼마나 잘 되어있겠어 했지만,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은 설명이었다.

나중에 다른 글에서 소개하겠지만, 음성 가이드는 모차르트 박물관이 갑이다.

생각보다 볼거리가 없지만 음성 가이드가 너~~~~~~~~무 길어서 보는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

 

 

서양인들이 경복궁을 본다면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런 것일까. 말 그대로 이국적이다.

 

광각으로 찍었는데 화질이 참 안습이다.

 

휴대폰과 카메라로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지만, 항상 드는 생각은, 사람의 눈보다 더 잘 찍히는 렌즈는 없는 것 같다.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저런 기계 따위에는 온전히 담지 못한다.

이래서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니까.

 

 

잘 보면 설명 라벨 하단에 헤드셋 모양과 번호가 표시되어 있다. 이 번호를 누르면 가이드가 나온다.

 

클림트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딱 보면 이건 클림트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전시된 작품의 양은 생각보다 많다.

클림트뿐만 아니라 에곤 실레의 작품도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화가로, 성장환경을 찾아본다면 이 사람도 참 기구하다.

 

 

보자마자 감탄을 자아낸 클림트의 유디트.

 

설명을 들으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코너를 돌자 탄성이 절로 나오는 그림이 하나 보였다.

클림트 하면 키스를 가장 먼저 꼽는 사람들이 많고, 나 역시 그랬는데, 이 그림을 보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이 그림도 매우 유명하다)

 

한 가지 깜짝 놀랐던 것은, 그림에 액자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고 (몰랐다)

또 하나는 우측 하단에 사람 머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림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그냥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클림트가 워낙 여성의 그림을 몽환적으로 표현한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유디트'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로, 이스라엘을 침략한 아시리아의 장군인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벤 여인이다.

이 여인은 사실 미망인인데, 미모가 매우 뛰어났었다고 한다.

 

아시리아의 침공으로 거짓 투항을 한 유디트는 한껏 치장을 하고 만취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뎅강 잘라서 하녀와 도망쳤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많은 화가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하는데, 클림트는 사건보다는 유디트에 더 집중하여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여인 그 자체를 부각했다.

때문에 나처럼 구석에 사람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생각보다 더 작은 그림이었지만 이 그림이 주는 여운이 아직까지도 느껴졌다.

 

 

클림트의 키스도 내 생각보단 작은 캔버스였다.

 

이윽고 적당한 크기의 방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저 멀리서 조명을 받아 화려한 금빛을 내뿜고 있는 클림트의 키스가 보였다.

 

사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가서인지 생각보다 큰 여운은 없었다.

오히려 직전에 유디트를 봐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한 건 이 그림 좌측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형이 존재하여 그림을 실제로 '만져볼 수' 있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꽤 신선했다.

 

 

그림의 입체 모형과 함께 점자판도 있다.

 

방마다 매우 고풍스럽고 화려한 치장이 가득했다.

 

카머성의 공원길. 클림트, 1912년.

 

클림트가 사람만 그런 건 아니다.

그 몽환적인 분위기로 풍경화도 그렸는데, 꿈을 꾼다면 저런 느낌이겠구나 싶다.

 

 

밖으로 나와서 한컷, 역시나 흐리고 정원은 황량하다.

 

한참을 그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밖으로 나왔다.

한국에선 미술관에 가본 게 손에 꼽을 정도인데, 진작에 좀 자주 다닐걸 그랬다.

그림과 화가, 시대에 대한 사전 지식이 풍부하지 않더라도, 그림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금방 구름이 날아갔다.

 

새파란 하늘 만큼이나 바람도 차서 코끝도 찡하다.

 

시내 어디든 고개를 돌리면 그림같은 풍경이다.

 

벨베데레 상궁 구경을 마치고, (하궁도 갔는데 사실 상궁만큼 볼거리는 크게 없었다. 나폴레옹 그림은 어딨다는 거야...) 근처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놀이기구도 가져놨다(?)

 

여기저기서 펀치(과일 혼합 음료)를 판다.

 

따뜻하게 몸을 녹여줄 펀치도 한잔 마셨다.

와인을 넣은 것도 있고, 논알콜 음료도 많이 있다.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마켓은 독일에서 즐기기로 했기 때문에 눈으로 열심히 구경했다.

사실 마켓의 상점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컵을 구할 수 있어서 (보증금을 지불하고 반납하면 돌려준다 - 물론 그냥 가져갈 수 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훨씬 볼거리가 많았다.

 

 

가짜같은 하늘. 물론 진짜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계속 눈에 밟히던 맥도날드로 갔다.

해외까지 가서 뭔 소리냐고 하겠지만, 나라마다 메뉴도 다르고 특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리 얘기하지만, 감자튀김은 꼭 마요네즈에 찍어 먹어야 한다.

왜 한국에선 아무도 이렇게 팔지를 않지?

진짜 환상적인 맛 그 자체다.

 

한국 맥도날드도 사장 바뀌고 빵부터 시작해서 맛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여기 맥도날드 시그니처는 진짜 맛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한국이랑은 비교가 안된다.

 

 

0123
빵이 진짜 맛있다. 한국에선 이런맛이 아니던데..?

 

급하게 먹는 얘기로 마무리.

 

내일은 호프부르크 궁정 예배당의 합창을 보러 간다.

미리 얘기하자면 감동의 연속 그 자체였다.

 

옆자리 진상 한국 관광객만 아니었으면.